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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신문] 한국 산사 불화기행] <15> 가야산 해인사 대적광전 신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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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8-28 16:34 조회2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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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사 불화기행] <15> 가야산 해인사 대적광전 신중도

 


불법 지키는 신중들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해인삼매(海印三昧)’의 절, 가야산 해인사는 한국의 법보종찰(法寶宗刹)이자 화엄종의 근본도량이다. 장경판전에는 민족 총화의 결정체인 팔만대장경이 모셔져 있으며, 강원(講院)에는 공부하는 스님들의 열기가 늘 뜨겁다. 태조 왕건의 스승이었던 희랑대사(希朗大師)께서 주석했던 곳이며, 근현대 성철, 혜암, 일타 큰스님 등을 배출한 명찰 중의 명찰이다. 이렇듯 해인사는 무수히 많은 수식어가 존재하며, 이를 다 언급한다 하더라고 그 위상과 의미를 모두 담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해인사가 ‘조선 불화의 보고(寶庫)’ 중 한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필자는 해인사의 많은 불화 중 대적광전(大寂光殿)에 있는 신중도(神衆圖)를 소개하려 한다.
 

신중도, 조선 1862년, 비단에 채색, 348.5×315.5cm, 해인사 대적광전. 사진=성보문화재연구원
신중도, 조선 1862년, 비단에 채색, 348.5×315.5cm, 해인사 대적광전. 사진=성보문화재연구원

신중도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호법선신(護法善神)들을 그린 그림이다. 쉽게 말해, ‘신(神)들의 세계’를 구현한 불화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신들은 육도(六道) 중 가장 높은 단계인 ‘천(天)’에 속하는 중생으로, 본래 고대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인데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감화되어 불법을 수호하게 된 분들이라고 전해진다. 이후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각 지역의 토속신, 예를 들어 산신(山神)이나 조왕신(竈王神) 등이 포함되기도 했다.

따라서 불교의 신중은 기본적으로 정법을 수호하고 부처와 보살을 호위하며 크게는 사찰과 도량을 지키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한국의 경우는 ‘국가 수호’를 위한 존재들로 확장, 인식되기도 했다. 게다가 조선에 와서는 주술적이고 기복적인 성격이 부가되면서 대중들에게 좀 더 강력한 신앙대상으로 자리하게 된다.

법당 및 승료(僧寮)에는 ‘신중단(神衆壇)’이 별도로 마련되었으며, <작법귀감(作法龜鑑, 1827)>에는 ‘신중대례(神衆大禮)’가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의식도 정례화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근대기까지 이어진다. 만해 한용운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有神論)>에서 ‘신중이 부처와 보살보다 신앙화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신중 신앙이 얼마나 성행했는지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앙 기조와 흐름 속에서 신중도의 제작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신중’의 범주에 해당하는 ‘천신’들이 워낙 많다 보니, 그 구성과 형식도 매우 다양했다. 그중에서 제석천도, 천룡도, 제석·천룡도, 제석·범천·천룡도, 제석·범천·마혜수라·천룡도, 39위 신중도, 104위 신중도 등이 유행했다. 해인사에도 다양한 형식의 신중도가 여러 점 전해진다. 대적광전, 법보전, 응진전 등의 불전에 봉안되었던 것들이며 암자의 사례들까지 포함하면 10여 점에 이른다.

해인사 주불전인 대적광전에는 1862년에 그려진 신중도가 걸려있다. 정면 중앙을 기준으로 좌측(향 우측) 벽에 삼장보살도(三藏菩薩圖)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비단 바탕에 그려져 있으며, 화면의 크기는 세로 348.5cm, 가로 315.5cm로 매우 크다. 화면의 하단부에는 붉은색의 화기란(畵記欄)이 마련되어 있는데, 맨 앞에 동치원년임술(同治元年壬戌)에 ‘백이십사위신장탱(百二十四位神將幀)’을 제작해 대법당(大法堂)에 봉안했다고 쓰여 있다. 그림은 덕운(德芸)스님과 성규(性奎)스님이 주도하고 6명이 동참해서 함께 그렸다.

해인사 대적광전 신중도는 화면 윗부분에 제석천과 범천을 비롯한 천부중을 배치했고, 중앙부에는 예적금강(향 좌측)과 마혜수라천(향 우측) 및 4보살과 8금강을 그렸으며, 화면 하부에는 위태천을 중심으로 천룡팔부를 비롯한 많은 무장(武將)신들을 배치했다. 104위 신중에 천동(天童)과 천녀(天女)를 추가해 총 124위로 구성했기 때문에, 신중 제존 집회 형식의 완결판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04위 신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 ‘104위 신중도’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104위 신중의 구성과 전체 존명은 <작법귀감>과 <석문의범(釋門儀範, 1931)>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 그림은 조선 후기 신중도 중에서 104위를 모두 표현한 첫 사례이다. 이후에 양산 통도사 자장암 신중도(1890), 보은 법주사 대웅보전 신중도(1897), 완주 송광사 대웅전 신중도(1925), 밀양 표충사 대광명전 신중도(1930) 등으로 계승된다.
 

제석천과 권속 일부.
제석천과 권속 일부.
마혜수라천과 권속 일부.
마혜수라천과 권속 일부.

이 그림의 주요 존상을 좀 더 살펴보자면, 우선 제석천(帝釋天)은 뇌정신(雷霆神), 즉 벼락을 신격화한 것이다. 산스크리트어 ‘Śakra devānām Indra’를 ‘석가제환인타라(釋迦提桓因陀羅)’로 음역했던 것이 제석천으로 줄여졌으며, 도리천(忉利天)의 선견성(善見城, ‘희견성’이라고도 함)에 살면서 여러 천중 및 사천왕을 거느린 신중의 으뜸이다.

다음으로 마혜수라천(摩醯首羅天)은 대자재천(大自在天)이라고도 하며, 80권본 <화엄경>의 ‘세주묘엄품’에서 부처님이 마가다국의 아란야(阿蘭若) 법보리도량(法菩提道場)에서 설교하실 때 보현보살을 비롯한 많은 보살과 부처를 수호하기 위해 모여든 39위 신중 가운데 하나이다. 세 개의 눈과 여덟 개의 팔을 지녔으며, 합장하거나 해와 달, 창, 금강령 등을 들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적금강(穢跡金剛)은 명왕부(明王部)에 속하며, 범어로는 ‘Ucchusma’이고 ‘오추슬마’, ‘오추사마’ 등으로 음차한다. <작법귀감>에서는 중위(中位)의 신중을 소청할 때 예적금강을 가장 먼저 언급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일반적으로 다면다비(多面多臂)의 분노형 호법신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위태천(韋馱天)은 천룡의 대장 격으로, 인도의 토속신 스칸다(Skanda)가 불교의 호법신중으로 유입된 경우이다. 중국에서 새건타(塞建陀), 사건타(私建陀) 등으로 음차되었으며 일명 ‘동진보살(童眞菩薩)’이라고도 불린다.

조선후기 신중도에서 위태천은 동안의 얼굴에 새의 깃털로 장식한 화려한 투구를 쓰고 합장하여 보검을 받들거나 두 손으로 검을 짚고 선 모습으로 표현된다. 위태천의 좌우에는 조왕신과 산신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는 십대명왕(十大明王) 등이 호위하고 있다. 그 외에도 화면의 사방(四方) 끝에는 사천왕이 배치되어 있으며 인근에는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등도 자리하고 있다. 

해인사 대적광전 신중도의 우수성은 구성 외에 구도 및 표현에서도 두루 확인된다. 총 124위에 이르는 많은 존상들이 크게 삼단의 위계로 나뉘어 안정감 있게 배치되어 있다. 또한, 모든 존상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이며 각각의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다. 다시 말해, 시각적 이미지가 불법을 수호하는 신중의 성격과 잘 부합하게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표정도 각기 다르고 위엄이 넘치면서도 일부는 해학적이기까지 하다. 필선의 경우도 세밀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조선 후기 신중도는 현존하는 작례만 해도 500여 점에 이른다. 우수한 화격을 지닌 그림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해인사 대적광전 신중도를 최고의 명작 중 하나로 꼽는 것에 늘 주저하지 않아 왔다. 그 이유는 첫째, 압도적 화면 크기와 존상 구성 때문이다. 이 그림은 불전 내에 봉안된 신중도 중 화면의 크기가 가장 크다.

그리고 104위 신중에 권속까지 포함해 총 124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104위 신중도의 규범과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각적 이미지의 우수성 때문이다. 124위 제존의 자세와 표정이 매우 다채로워서, 불교 신중의 성격과 존격이 매우 잘 드러난다. 셋째, 그림 자체가 지니는 아름다움도 크다. 이 그림은 채색과 필선 처리가 깔끔하면서도 정밀하다. 그리고 지물에는 금을 적절히 사용하여 여 화려함을 더하고 있다. 

이렇듯 해인사 대적광전 신중도는 화면의 크기에서부터 존상의 구성, 그리고 세부 표현과 기법에 이르기까지 일말의 흐트러짐이 없이 완벽하고 우수하다. 또한, 이 그림은, 신중도가 불·보살도의 부속적 성격의 그림이라는 통념을 넘어, 조선 불화의 특성과 우수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해인사에 가시면 대적광전에 꼭 들러 실견, 예배하시길 권하는 명작 불화이다.
 

예적금강과 권속 일부.
예적금강과 권속 일부.
위태천과 권속 일부.
위태천과 권속 일부.

[불교신문3608호/2020년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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