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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 95 양심적 병역거부 어떻게 볼 것인가- 불교계도 뜨거운 찬반논란 - 『불교신문』
글쓴이 관리자(admin) haeinsa@haeinsa.or.kr 추천/반대 0/0 조회 2126 등록일 2004-06-02 (21:04:00)
5월21일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그동안의 판례를 깨고 오모씨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 3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이후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져 사회적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지법 판결이후 춘천지법은 5월28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유죄’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같은 날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등 일반사회뿐 아니라 법원 내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관련해 혼돈을 빚고 있다. 불교계에도 찬.반 논란이 뜨겁다.


찬 : 집총병역 대신 더 힘든 대체복무하면 해결

반 :분단국가에서 양심자유만 강조할 수 없어



사진설명: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유무죄가 엇갈리는 재판결과가 나와 사회적 논란이 일고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14일 열린 이라크 파병장병 환송법회 모습.
양심적 병역거부는 ‘개인의 사상, 가치관, 종교, 양심 등에 반하는 집총(執銃) 등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 있는 일체의 병역 의무를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시대부터 ‘여호와의 증인’을 중심으로 주장됐다. 현재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1만여명이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았으며 해마다 700여명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불교계에서는 지난 2001년 12월 오태양씨가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면서 불교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논란을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이어 지난 해 4월에는 불교신자인 김도형씨가 추가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이후 평화주의자인 나동혁씨가 종교상의 이유가 아닌 ‘개인의 양심’을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또, 지난 5월15일에는 공무원으로서는 최초로 초등학교 교사인 최진(27)씨가 “사회에 뿌리내린 폭력을 없애겠다”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헌법19조에 보장돼 있는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양심과 종교에 배치되는 병역의무에 대한 거부와 더불어 대체복무를 주장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이정렬 판사의 이번 무죄판결에 대해 “한국 인권사에서 첫 손가락에 꼽힐 만한 의미있는 사건”이라며 환영 논평을 냈다. 연대회의는 권위있고 독립적인 심의위원회에서 엄격한 절차를 거친 후 대체복무 판정을 할 수 있도록 17대국회 개원과 함께 대체복무제 관련 입법청원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연대회의 공동상임대표 효림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제는 ‘병역기피’가 아니라 집총을 하는 병역을 대신해 병역에 준하거나 더 힘든 다른 복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개인적.국가적 인력낭비를 이제는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양심적 병역거부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 양심상의 이유라는 분별조건의 모호성 등을 이유로 이번 판결에 대해 우려와 함께 명백한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헌법학자인 명지대 허영 교수는 “국토방위의 의무를 무시하고 양심의 자유만 강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헌법을 통일적으로 해석하지 않은 잘못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 군불교위원회 위원장 성광스님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다가 대다수의 청년들이 군에 가기 싫어하는 현실에서 양심에 반한다는 개인적이고 모호한 이유를 들어 병역거부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 이해모 사무국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아직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약자에 불과하다”며 “그들에 대한 인권보호차원에서라도 이제는 당연히 대체복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판결 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이 지난 5월23일까지 1만9458명의 네티즌을 상대로 가진 설문조사에서 59.8%(1만1639명)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반대, 20.4%(3969명)가 찬성, 18.2%(3544명)는 사안별로 허용해야 한다고 조사됐다.

또, 한국갤럽과 조선일보가 지난 5월22일 전국의 성인 1227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조사에서도 75.3%가 반대, 12.9%가 찬성, 11.8%가 모름 또는 무응답 등의 답변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 각국의 사례

40개국 인정안해… 30개국은 대체복무제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남북한을 비롯해 중국, 싱가폴, 태국, 캄보디아, 그리스, 터키 등 40여개 국이다. 이에 반해 대체복무제를 인정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 이스라엘, 덴마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대만, 스페인,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 30여개국이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장한 군부대 내에서 비전투임무를 부여하는 것을 법률로 허용한 국가도 2개국이 있다.

남북한처럼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은 지난 2000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복무기간인 1년 10개월보다 더 길다. 종교상의 이유로 병역거부를 한 경우 4주간의 군사훈련을 제외받는 대신 현역복부기간의 1.5배인 2년 9개월을 복무한다.

종교상의 이유가 아닌 경우에는 4개월이 더 긴 2년 2개월을 복무하게 된다. 복무분야도 경찰, 소방업무 등의 사회치안업무와 의료서비스, 환경보호, 양로원 봉사 등의 사회복지분야 등 다양하다. 대만정부는 현재까지 여호와의 증인 신도 28명과 3명의 스님에게 대체복무를 인정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헌법에 병역거부권을 포함하고 있으며 종교상의 이유뿐 아니라 자신이 원치 않으면 군대에 가지 않는다. 이 경우 현역보다 3개월 더 긴 15개월동안 장애인을 위한 봉사로 대체복무를 한다.

팔레스타인과 분쟁중인 이스라엘도 종교적인 이유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다.


- 대체복무제란

복지시설.재난구호 등으로 병역 대체


양심적 병역거부제와 함께 논의되고 있는 것이 대체복무제다. 양심적 병역거부제를 인정하고 있는 많은 국가에서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대체복무제란 병역의 의무와 양심의 자유를 동시에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징병제의 예외조치로, 병역의 의무를 대신해 사회복지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 일정기간동안 복무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복무제는 군입대가 아닌 각종 사회복지시설 근무를 비롯해 중환자 및 장애인 보호, 호스피스, 이동사회봉사, 교육봉사, 환경보호, 재난구호 등의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다.

또 4주간의 군사훈련을 받은 후 사회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재의 공익근무제도를 바꿔 군사훈련을 받지 않고 공익근무로 복무하는 제도도 대체복무분야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가 마련해 입법청구중인 ‘대체복무법(안)’에는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윤리적 결정에 따른 병역거부 인정 △양심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소정의 절차 마련 △현역복무의 1.5배를 넘지 않는 대체복무기간 △대체복무자에 대한 일체의 차별 금지 등을 담고 있다.


- 양심적 병역 거부 선언/ 불교계 1호 오태양 씨

“대만도 대체복무 권장... 안보위기는 어불성설”



“불자의 한사람으로서 불살생(不殺生)계율을 내 삶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게 됐습니다.”

지난 2001년 12월 불교계 최초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오태양(30)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최근의 무죄판결을 계기로 삼아 우리나라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빠른 시일내에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씨는 해마다 700명이 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일괄적으로 교도소로 보낼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분야 등에서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새로운 대체복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나라에서는 병역거부자를 활용해 사회복지분야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성과를 일궈내고 있습니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도 이러한 이유로 대체복무에 대해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제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안보문제와 군입영자와의 형평성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방부에서는 징집인원의 30%가량을 공익근무, 체육특기, 방위산업체 등 비전투분야에서 활용하고 있어 안보에 심각한 위기가 생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또, 군입대자와의 형평성에 있어서도 방위산업체 특별복무제도나 외국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젊은이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몰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서울교대 졸업생인 오태양씨는 교사로서의 꿈을 접고 제3세계 구호사업을 펼쳐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병역거부로 인해 출국금지상태입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우리보다 더 빈곤하고 고통받는 제3세계국가에서 구호 및 교육사업을 펼쳐 나가고 싶습니다.” 박인탁 기자



양심적 병역 거부 반대

국방부 군종실장 김말환 법사

“호국불교가 보여주듯 병역도 하화중생의 길”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사훈련과 병역을 거부한다는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국방부 군종실장 김말환(법명 혜명) 법사는 최근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법원이 엇갈린 유죄.무죄 판결을 내리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양심은 불성(佛性)으로 표현되며 마땅히 존중되고 지켜져야 할 가치이지만, 병역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의무입니다. 단지 자신의 의지와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다면 대한민국의 어느 누가 군대를 가려하겠습니까.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김 법사는 군 입대를 하면 불가피하게 살상무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무기를 들었다고 해서 반드시 누구를 죽이고 다른 나라를 침범하는데 사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대는 방어적인 기능이 우선이므로 자신과 이웃 그리고 국가를 지키기 위한 평화실현의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불교의 불살생계는 무조건적으로 살생을 금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호국불교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신라 원광법사의 세속오계가 보여주듯 불교는 원칙적으로 살생을 금하고는 있지만 가려서 살생하는 살생유택(殺生有擇)을 또한 가르치고 있습니다. 보시와 희생은 보살의 첫째 덕목입니다. 나의 보시와 희생이 더 많은 이웃들을 살리고 평화롭게 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불교를 실천하는 것이며 ‘하화중생(下化衆生)’의 길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해 긴 시간을 두고 끊임없는 계도 및 설득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하는 김 법사는 그럼에도 계도와 설득이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한 차별대우도 감수해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도 보였다.

배재수 기자 dongin21@ibulgyo.com



[불교신문 2036호/ 6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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